하수오 이야기

하수오: 사람이 늙어 죽을 때 호르몬(내분비계의 각종 분비물), 그리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이 노망(노인성 치매), 미치는 거라. 죽을 사람은 '혼 빠진다'하지? 그럼 하수오(何首烏)는 뭐이냐?

우선 콩팥(腎) 기운이 떨어지면 호르몬이 완전히 끝나거든. 끝나기 전에 콩팥 기운을 붙들어 주면 호르몬이 떨어지는(枯渴) 시간이 다소 지연된다. 무엇이고 완전히 할 수 없어도 어느 정도 예방책은 있어야 한다.

장수에 최고는 홍화씨 하고 죽염이지만 이 하수오 잘 쓰면 다소 도움이 돼.

註: 전설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산골에 장수 노인이 하나 살고 있었는데 아무도 나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얼굴에는 붉그수레한 빛이 감돌고 귀도 어둡지 않고 눈도 밝았으며 살갗도 고왔다.

하루는 이 산골에 풍수쟁이 하나가 찾아왔다. 그 사람은 풍수 지맥에 능해서 저쪽 산엔 산신령이 영(靈)하여 명당 자리가 있고 이쪽 땅 밑에는 보물 광맥이 있고 저곳에다 산소를 쓰면 후손이 발복하여 흥왕(興旺)하고, 하여튼 말하는 게 귀신같았다.

한날은 장수 노인이 사는 집앞에 이르렀다. 귀신처럼 볼 줄 아는 이 풍수쟁이는 눈이 장수 노인의 집에 보물이 있음을 놓칠 이 없었다. 집안에 들어가 보니 씻은 듯이 가난했다. 초가삼간 찌그러진 오막살이에 보물될 만한 물건은 아무것도 없고 침대 하나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침대 위에는 목침이 하니 있는데 가까이 가 자세히 들여다 보니 꼭 사람 모습을 하고 있는 나무괭이였다. 몸뚱이, 머리, 머리에는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사지도 뚜렸했다. 베개가 아니라 마치 어린애 하나가 침대 머리에 누워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풍수쟁이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목침에 무슨 비밀이 있을 것 같은데 알 수가 없었다.

"노인장, 뭐 때문에 저런 딱딱한 목침을 베고 주무시오? 백여서 불편하지 않소?"

"아니, 배고 잔지가 오래라 습관이 돼 오히려 편해요."

"노인장, 저 목침 어디서 났소? 사용하신지가 오래 되었소?"

"오래 전에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눈에 띄기에 무심코 가져와 재고 잔 거라 몇 해가 됐는지 기억이 안나오."

그 말을 듣고 풍수쟁이는 마음 속으로 기쁨이 솟아났다. 저 건 틀림없이 1000년 묵은 하수오(何首烏)다. 저 걸 배고 자기 때문에 이 노인은 정력이 쇠하지 않은 거다.

"노인장, 연세도 많으신데 저런 딱딱한 목침을 배고 주무셔도 되겠소? 내일 푹신 푹신한 베개를 하나 갖다 드리리다."

그후, 며칠이 지나도 마을 사람 눈에 장수 노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집으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노인은 이미 죽어 있었는데 노인의 침대 머리에는 면 베개가 하나 놓여 있고 베개 옆에는 은전 몇잎이 있었을 뿐 눈에 익은 그 목침은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얘기 하나.

늙은 스님 하나가 날마다 산에 올라가 약을 캤다. 세상 떠난 사부님이 죽을 때 한 말이 이 산중에는 1000년 묵은 하수오, 신약(神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 약을 찾아 산을 헤메며 약을 캐왔지만 천년 묵은 하수오는 커녕 잎사귀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이 날도 헛되이 돌아오려고 하는데 그의 눈앞에 아리따운 남녀 어린이 둘이 놀고 있지 않은가!

이 깊은 산중에 어린이가 있다니! 이상히 여겨 그쪽으로 가보니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 필시 무슨 까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산을 내려왔다. 그 이튿날도 그곳에 가 찾았으나 헛탕을 쳤다. 과연 이 날도 황혼이 되자 예의 그 두 어린이가 나타나 놀고 있다! 노스님은 미리 준비해 온 길다란 실을 꽨 바늘은 그 어린이 등에다 찔러 놓았다.

그러자 어린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실을 따라 가보니 나무 덩굴에 바늘이 꽂혀있고 그 아래에는 카다란 두 개의 뿌리가 있었는데 그 뿌리는 어린이와 모습이 같았다. 노스님은 일면 놀랍고 일면 기뻤다. 드디어 하수오를 찾아낸 것이다.

노스님은 그러 먹고 불로장생하려고 선방에서 하수오를 달였다. 혼자 먹으려고 몰래 달이는데 그 때 마침 산밑에 사는 부자 신도가 왔다. 할 수 없이 그 시주를 맞아 접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동자 승을 일부러 밖으로 내 보내고 달이다가 손님 맞으러 나가면서 동자들을 불러서 절대로 선방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재삼 당부했다.

동자승들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노스님의 선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향기가 진동하는데 약탕관 속에는 커다란 뿌리 두 개가 들어 있었다. 나도 한 모금 너도 한 입, 야금야금 다 먹어치워 버렸다. 그러자 몸이 둥둥 허공에 떴다. 점점 떠올라 까마득히 하늘로 올라갔다.

노스님이 선방에 돌아와보니 하수오는 누가 다 먹어버리고 없고 맑은 국물만 조금 남아있었다. 그거라도 깨끗이 마셨다. 노스님도 둥둥 몸이 떠올랐다. 그러나 국물만 마셨던지라 약힘이 모자라 도로 땅으로 떨어져 내려오고 말았다.

by 와호잠용 | 2011/12/30 15:21 | 인산 김일훈 선생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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